사이버 포뮬러 로드 투 인피니티 시리즈. 그 중 두번째 작품을 늘그막에 리뷰해봅니다.

게임관련으로 포스팅을 하게 되는군요. 이번에 이야기하고 싶은 작품은 바로

사이버 포뮬러RTTI(Road To The Infinity)되겠습니다.

PS가 아니라 예전에 한참 FC를 갖고 놀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만 그때 작은 꿈이 하나

있었습니다.


사진은 핫휠 아스라다GSX 풀부스트 사양입니다만. 네 그렇습니다.

부스트를 당겨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도 말이죠.

그래서 어릴때 아무튼 뭐든 간에 부스터 시스템이 탑재된 게임을 한참동안 찾아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찾다찾다 못해서 겨우 마리오카트의 버섯부스트에 의지할 따름이었습니다만

솔직히 대리만족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SFC로 넘어와서 즐겼던 여러가지 레이싱 게임들, 그런데 레이싱이라고 해 봐야 뭔가

좀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다는 감각하고는 영 거리가 있는 게임들 뿐이었습니다. 부스트가 있어도 뭔가 허전했구요.

(SFC판 사이버 포뮬러 게임은 개인적으로 로드파이터를 생각나게 해 주어 매우 재미있긴 했지만

.......그게 어디 두고두고 즐길 게임이었겠습니까.^^;)

크루즈 인 USA의 경우엔 꽤 좋은 느낌을 선사해 주었던 기억이 있지만 부스터가 없었죠.

(월드판과 랠리판에서는 니트로가 달려 나왔습니다만.)


SS와 PS가 서로 경쟁이 치열하던 시절. 이름난 레이싱 게임인 릿지 레이서와 그란투리스모 시리즈를 즐기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언제나 불만이 있었습니다.

클레어 씨 부스터가 달려있지 않아요!!!


당시로서는 대단히 단순하면서도 솔직한 불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부스트 가속이라는 것에 대단히 로맨스를 느끼는 성격이었고, 지금도 물론 그렇습니다만

당시엔 레이싱게임을 사서 플레이하면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원할때 언제든지 급 가속을 통한 추월을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

였기 때문이지요.

그런 불만을 안고 지내던 어느날. 물건을 하나 건지게 됩니다.

바로 이것. 폭주형제 렛츠&고 이터널 윙스입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이 게임을 갖고 사이버 포뮬러를 생각하면서 이너셜 드리프트, 부스트

스파이럴 부스트, 더군다나 멧서 윙까지도 달려있는 기체도 있고 부스트로 인해서 변형하는

머신도 있었으니까요.

자레코는 특유의 고집이 있어서인지 이터널 윙스의 전작이었던 하이퍼 히트(그냥 셋팅만 하고

차를 굴리면 되는 게임, 컨트롤은 필살기를 쓰느냐 마느냐 하나 뿐)에서의 불만점을 대거수정하고

완전히 새 게임을 만들어 내어 놓았으니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gun바레 게임천국의 이미지와 비슷한 게임 레이아웃은 즐기는 사람에게도 매우 친숙하게 와 닿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대리만족삼아서 한참동안 즐기기를 수 년. 기다리고 기다려도 사이버 포뮬러의

정식 게임화 소식은 들리지도 않던 차에 동인게임이 하나 나옵니다.

우연히 후배 집에서 접하게 되었던 동인게임은 제작규모답게 그다지 정밀하지도 않고, 또 그럭저럭 즐길만한 수준에서

멎어 버리는 게임이었습니다만 이건 후에 크게 발전하게 됩니다.

물론 사이버 포뮬러의 정식 게임이 있긴 했었습니다.

바로 요녀석.

사이버 포뮬러에서는 SIN에서 맨 마지막 엔딩롤에 모습을 드러내는

하야토와 아스카 커플의 복사판 시바 세이이치로와 유우키 레나의 첫 등장 게임입니다.

장르는 레이싱이 아닌 어드벤쳐 게임이었고 본격 레이싱게임을 기대했었던 팬들의 질타와 무관심과 달리

한번 해 보면 꽤 재미있는 게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츠키와 메구미 둘의 서비스 신(?)은 이 게임에서만 볼 수 있죠.^^;

그런데, 다 알고 있습니다. 이걸 말씀하고 싶으실 것 같은데

요 분과의 관계를 말씀 드리자면

우리나라 구영탄이나 독고탁이 완전 다른 작품에서 같은 모습, 같은 이름으로 활약하는 식의

작가님의 취향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아무튼 그 이후 SS에 이어서 PS도 사장기에 접어들고, DC가 발매되어 PS2가 나오고 DC가 먼저 간판을 내리고

뒤안길로 사라진 후에 어느날 갑자기 기대했던(?) 자레코가 아닌 엉뚱한 선라이즈에서 게임을 내놓습니다.



사이버 포뮬러 RTTI.

당시 게임이 나오자마자 대단히 시끌벅적했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드디어 사이버 포뮬러의 정식판 게임이 등장했다고. 마침 이 시기에 동인게임쪽도 계속된 업그레이드를 통해서

속도감도 개선되고, 이런저런 캐릭터 장치까지도 만들어지던 시기였기 때문에 그 기대감은 더했었죠.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RTTI의 첫 작품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정식판이고, 컨트롤러를 사용해서 조작하는데 어려움이 거의 없고.

원작의 머신을 거의 모두, 그리고 마이너한 머신까지도 조작할 수 있다라든지 하는 데에 위안을 얻어야 했죠.

그리고 그 후 후속작이 발매됩니다.

무려 OVA 이후의 이야기가 밝혀진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무려 스페셜 턴이 제대로 재현된다는 폭탄발언을

해 주었습니다. 오우가의 미라쥬턴과 아스라다의 리프팅 턴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환상적인 배틀을

펼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전작에 실망한 사람들도 충분히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일단 게임을 뜯어보자면.


일단 그래픽 부분.

아무래도 좀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입니다. 좀 과장을 섞자면 위에 적었던 렛츠&고 게임에서 아주 약간 그래픽이

발전한 정도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펙트라든지 각종 특수효과도 PS2라는 기종다운 면모를 보여주지 못합니다.

발매되던 당시의 그래픽으로 보아도 PS2의 게임으로서는 이건 좀 아니다 싶은 느낌이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처리속도가 떨어지는 현상이 보여지는데 아마 표면의 광택효과와함께 슬립 스트림 처리를

동시에 처리해 주는 데에 문제점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릿지레이서나 그란투리스모와 비교하면 너무 잔인할 겁니다.;;


그리고 조작성.

이 후속작인 RTTI3는 여기선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일단은 2의 이야기니 1과 비교를 하거나 동인게임의 그것과 비교를

하게 될 텐데요. 우선 차가 아니라 수상스키를 운전하는 기분입니다. 도로 위가 아니라 수면 위를

미끄러져 가는 기분이죠. 본래 사이버 포뮬러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자동차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지는 움직임이나 "사이버"스러운 조작감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즐길만한 수준입니다.

단지 1에서 있었던 매뉴얼 기어가 사라지고 완전 오토매틱 기어만을 탑재한 게임이 되었다는 점.

그리고 상쾌하게 클리어하는 게 아예 무리인 코너가 종종 있다는 점과 사이버 포뮬러에서 대단히 많은

팬들이 지지하고 있는 "토네이도 뱅크"의 주행이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

(원인 불명이지만, 주행중 잘못하면 차체가 붕하고 뜹니다.)

아참... 스페셜 턴은 이 게임에서 대단히 주요한 요소가 됩니다. 스페셜턴이 생기고 나서 진정으로 게임을

즐기는 이유가 생긴다고 할까요. 기본적으로 완전 공략이 어려웠던 코너나 코스도 스페셜턴으로 얼마든지

클리어해 나갈 수 있고. 상대방을 오버테이크 하는 라인도 자신이 마음껏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아마 이 게임이 가장 재미있을 때는 어느정도 진행해서 스페셜 턴이 가능한 머신을 손에 넣고 난 뒤일 겁니다.

(오우가나 아스라다 이외에도 스페셜턴이 가능한 머신이 속속 등장합니다)


그리고 속도감.

애초부터 700의 속도감이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속도로 주행을 하면 주위 사물이

어떻게 보일지 상상도 가지 않습니다. 그러니 여기선 속도감의 기준을 두기가 좀 어렵지만

일단 번아웃이라든지 아웃런이나 릿지 레이서 같은 종류의 게임을 해 보면 느낄 수 있는

사물이 시야로 마구 뛰어들어오는 아슬아슬한 속도감과는 달리 평범한 서킷을 주행하면서

라이벌 차량과의 라인 다툼이나, 혹은 급브레이킹을 하는 선두차량을 아슬아슬하게 비켜 나가는 식으로

속도감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배경이나 주변 사물이 거의 없는 게임인지라 무언가가 확하고 엄습해오는 느낌은

없을지 몰라도 레이싱 게임으로서는 손색없는 속도감을 보여줍니다.


게임의 오락성 및 애니메이션 원작 게임으로서의 충실도

이건 꼭 따지고 들어가야 하는 부분입니다. RTTI는 어디까지나 애니메이션 원작의 게임이기 때문에

즐기는 사람들이 대부분 사이버 포뮬러를 아는 사람이며 또 그 세계속에서 나름대로 활약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소프트일 테니까요.

말은 저렇게 하는데 왜 표정이 저럴까요.;;;
(원작의 성격답다고 하실 팬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아쉽게도 단지 애니메이션 원작의 스틸컷이나 스토리 중 일부를 그대로 따와서 넣어둔 것 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기존 캐릭터게임의 노선처럼 한 라운드마다 데모를 넣고, 또 데모상의 선택이 다음 레이스에 영향을 준다든지 하는

즐길만한 요소를 추가해 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저 스틸컷과 함께 애니메이션에 나왔던 대사, 상황, 등등을

그냥 그대로 보기만 합니다.

그것도 한 캐릭터가 한 그랑프리를 뛰는데 많게는 세번, 적게는 딱 한번밖에 데모가 없다는 점은

게임을 즐기는 입장에서 매우 지루함을 느끼게 하는 요소가 되었을 지도 모르겠군요.

게임 도중의 컷인 대화가 있긴 하지만 대사량도 많지 않고, 애니메이션에서 나왔던 대사 가운데 명대사라고

할 수도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더욱 아쉬웠는데요. 그래도 컷인 대사 덕분에 레이스 자체의

지루함은 그나마 줄어들었죠.

갤러리 모드. 이건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중 본 로딩화면이라든지, 혹은 캠페인걸의 모습, 차체의 3D모델링

감상이라든지 하는 여러가지 팬을 생각한 요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안되어도 진 삼국무쌍 정도만

되어도 참 좋았을텐데 말이죠. 딱히 만들기가 어려운 것도 아니거니와 실제로 사이버 포뮬러 게임내에서

꽤나 미려한 모습의 캠페인 걸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패미통 캠페인 걸입니다.

마이히메 작화가분이 열심히 수고해주신 공이  여기서 드러나는 건데 달랑 각 장면에서 잠깐잠깐 볼 수 있을 뿐,

천천히 두고 감상할 수가 없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점이죠. 물론 속셈이 너무 잘 보여서 문제입니다.

화집이나 게임 공략집에 실어줄 테니 그쪽을 사서 보라는 의도일 텐데.

거기까지 할 정도로 게임이 어렵진 않으며, 숨겨진 요소나  즐거운 구석이 많은 것도 아닌 게임이니까요.

그리고 엑스트라 무비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냥 보면 엇 혹시 싶지만 들어가보면 대단히 황당합니다.

엑스트라도 아니고, 무비도 아닌 그냥 관련상품 광고 그림 몇 장을 알씨의 연속보기 기능으로 줄줄이

보여주는 것 밖에 안됩니다. 과연 그것이 사전적인 의미로 무비라고 할 만한 것일까요;;;;


총평은.

"사이버 포뮬러라는 원작을 가진 게임으로서의 재미" 라는 중점적인 주제에서 이탈해

"레이싱 게임" 이라는 다소 부가적인 주제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기술력과 제작진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만 아쉬운 게임"입니다.


하지만 원작의 팬이라는 조건 하에 작중에 등장하는 머신과 드라이버가 되어 자기 나름대로의 퓨쳐 그랑프리를

즐길수 있다는 점, 그리고 하야토가 아닌 부츠홀츠나 앙리, 혹은 란돌이 그랑프리에서 우승을 한다는

가상 구도를 그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정식 사이버 포뮬러 게임으로서 컷인 대사와 함께 부스터를 마음껏 당겨보고 스페셜 턴을 만끽하면서

상상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점도.

그리고 환상으로만 남은 18차 그랑프리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이제와서 원작에 흐르는 BGM을 게임에서도 들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도.

좀 일반적인 사례에서 벗어난 부분에 각종 장점을 갖고 있는 비난만 하기엔 너무 아쉬운, 그렇기 때문에 괜히

소중해 보이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후속작이 제대로 뒤통수를 후려때려 줬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사이버 포뮬러 로드 투 인피니티 2

애니메이션이 원작이라는 것에 충실한 캐릭터 게임이 되느냐.

혹은 레이싱 게임으로서의 완성도에 초점을 맞추느냐.

어느쪽을 택해야 하는지는 너무나도 자명했지만

레이싱 게임을 완성시키려는 욕심이 과했기 때문일까요.

결국은 어느 한쪽을 붙잡지도 못한 채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한 마리도 잡지 못한 사냥꾼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사이버 포뮬러의 팬으로서, 로드 투 인피니티 시리즈는 과거에 이룰 수 없었던

"간다 부스트 온!" 이라는 하야토의 목소리와 함께 아스라다가 시속 600 이상의 속도로

급 가속해 나가는 꿈에만 그리던 장면을 실현시켜 준 게임이라는 점 또한 사실이기에

계속 사랑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PS3로 개발된다는 소식이 일본 인터넷쪽에서도 종종 들려오는데 사실일까요. 사실이든 아니든

사이버 포뮬러의 세계가 더욱 더 넓어질 수 있다면, 게임으로라도 후속작이 나와준다는 사실은

팬으로서는 더없이 기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엔 그냥 가볍게 적을까 하다가 중간부터 힘이 들어간 길고 두서없는 글이 되었습니다만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마지막으로 한장.

하야토가 손대기 이전의 더블원 시절 아스카지요.

WAVE에서 만든 트레져 피규어시리즈입니다. 디테일도 좋고 예전90년도 초반에 비하면 00년도 찍고 나서부터

점점 세밀한 조형의 양산이 가능해지는 기술의 발전이 눈에 보입니다.

이렇게 기술이 발전해 갈수록 원형사분들의 표현의 자유도 점점 넓어질 테고 더욱 더 실력경쟁에

박차가 가해지는 거겠죠. 개인적으로 浅井씨의 액션 피규어쪽의 조형을 접하고 나서 대단히 감탄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한번 더 감사를 드리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by THEWORLD | 2007/06/04 18:23 | 게임도 좋아하는 나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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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김십라 at 2009/03/23 00:18
우와.. 동감합니다. 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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